충돌 표시는 용의자를 고를 뿐이다
Pro-Q 4의 Instance List에서는 한 트랙을 충돌 기준으로 정하고, 다른 Pro-Q 인스턴스들과 겹칠 가능성이 있는 영역을 확인할 수 있다. 메인 분석기의 붉은 강조도 같은 질문을 던진다. FabFilter가 매뉴얼에서 직접 적어 둔 단서는 중요하다. 이 표시는 어디까지나 가능성의 안내이며, 정확한 과학적 판정이 아니다. 같은 200 Hz를 베이스와 피아노가 함께 써도 어택의 위치, 음의 길이, 스테레오 폭이 다르면 둘은 충분히 공존한다. 반대로 그래프가 크게 겹치지 않아도 보컬의 자음과 기타 피킹이 같은 순간에 튀면 말은 가려질 수 있다.
그래서 빨간 영역을 본 뒤의 첫 행동은 밴드를 만드는 일이 아니다. 곡에서 두 파트가 가장 바쁜 네 마디를 반복하고, 기준 트랙을 한 번에 하나씩 바꿔 본다. 베이스를 기준으로 킥을 볼 때와 킥을 기준으로 베이스를 볼 때, 무엇이 앞으로 나와야 하는지 결정부터 달라진다. 그다음 상대 트랙을 1 dB 내리거나 팬, 옥타브, 음 길이를 잠깐 바꿔 본다. 이 작은 편곡 실험으로 관계가 풀리면 EQ는 필요 없거나 훨씬 얕아진다. 충돌 표시는 수술 부위가 아니라 청취 순서를 정해 주는 지도에 가깝다.
밴드가 아니라 문제의 순간만 움직인다
정적 EQ는 한 번 정한 컷을 곡 전체에 계속 적용한다. 벌스의 얇은 보컬에는 문제가 없는데 후렴에서만 3 kHz 부근이 거칠다면, 계속 깎인 보컬은 가장 조용한 문장에서 먼저 생기를 잃는다. Pro-Q 4의 Spectral Dynamics는 전통적인 다이내믹 EQ처럼 밴드 전체 게인을 한꺼번에 움직이지 않고, 설정한 밴드 안에서 임계치를 넘은 특정 주파수에 반응한다. 넓은 존재감은 남겨 두고, 특정 음절이나 피킹에서 솟는 좁은 성분만 눌러야 할 때 의미가 생긴다.
출발은 의도적으로 소박해야 한다. 거친 구간을 루프하고 벨 밴드를 넓게 잡은 뒤, 다이내믹 레인지를 1~2 dB 정도로 제한해 바이패스와 맞바꿔 듣는다. 자음이 덜 아픈지보다 단어가 뒤로 물러났는지를 먼저 확인한다. Spectral Density를 높이면 반응 영역이 더 좁고 선택적으로 바뀌지만, 점을 많이 지운 화면이 자연스러운 소리와 같지는 않다. 또한 공식 문서대로 spectral 밴드는 선형 위상 처리를 사용하며 해상도에 따라 지연 시간이 생긴다. 녹음 중 저지연 경로에 습관처럼 걸기보다, 편집과 믹스 단계에서 필요한 밴드만 켜는 편이 안전하다.
좋은 도구에는 멈추는 규칙이 필요하다
Instance List의 장점은 세션 곳곳에 흩어진 EQ를 한 화면에서 비교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동시에 모든 트랙을 한꺼번에 정리하고 싶게 만드는 화면이기도 하다. 이때 먼저 정할 것은 곡의 우선순위다. 킥의 무게가 기준인지, 베이스의 음정이 기준인지, 보컬의 언어가 기준인지 한 문장으로 적는다. 기준이 없는 충돌 제거는 서로 다른 트랙에 같은 홈을 파는 작업이 되기 쉽고, 결과는 깨끗하지만 작고 평평해진다.
BGC의 멈춤 규칙은 세 가지다. 첫째, 수정 전후의 출력 크기를 맞춘다. 더 큰 쪽을 더 선명한 쪽으로 착각하지 않기 위해서다. 둘째, 솔로에서 만든 밴드는 반드시 전체 믹스에서 절반만 남겨 보는 비교를 한다. 3 dB 컷이 맞아 보였다면 1.5 dB에서도 역할이 갈리는지 듣는다. 셋째, 가장 밀집한 구간과 가장 비어 있는 구간을 모두 통과시킨다. 후렴에서 얻은 선명함 때문에 벌스의 표정이 사라지면 정적 컷을 다이내믹 또는 spectral 처리로 바꾸거나 아예 지운다. Pro-Q 4가 잘하는 일은 결정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비교의 시간을 줄이는 것이다. 마지막 승인은 그래프가 아니라, 작은 볼륨에서도 각 파트의 문장이 끊기지 않는지로 내린다.